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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 스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온 데 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졸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暴雪)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온종일 난(蘭) 을 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리를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벼량의 꿈>(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