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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감상글은 일본 고전 TV 애니메이션인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입니다. 1982년작이니 무려 42년 전 작품인데 마크로스 시리즈 최신작이 2021년에도 나왔으니 무려 40년을 이어온 마크로스 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첫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 AFKN에서 방영된 이 작품을 처음 보고 놀랐는데 당시엔 내용 이해를 전혀 못했지만 그냥 화면만 보아도 외계인 함대와의 우주전쟁을 그린 작품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던 작품인데요.
지금 다시 감상해보니 엄청난 명성에 비해 작품의 퀼리티가 널뛰기를 하더군요. 애니메이션의 시작인 1화나 원래 실질적인 마지막편이 될 예정이었던 27화를 비롯해서 당시 TV 애니메이션 기준으로 굉장히 극단적으로 퀼리티가 높은 방영편이 있는가하면 작화가 미완성 느낌의 방영편도 많아서 검색해보니 당시 재능 있는 신인 위주의 스탭을 구성해서 제작하다가 재능이 있기는 했으나 신인들이 제작 노하우가 부족하여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만 엄청 공들여 만들고 하다보니 제작 스케줄이 엄청나게 꼬여서 한국에다 36회의 방영편 중 상당수를 동화도 아니고 원화단계부터 통채로 하청을 주는 식으로 해결했는데 스케줄 문제로 한국 하청사의 제작 과정을 제대로 관리를 못해서 극단적인 저퀼리티인 방영편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더군요.
어쨌든 잘만든 방영편은 정말 작화 수준도 높고 연출도 뛰어나지만 질이 낮은 방영편은 인물 작화부터가 작붕이 심해서 몰입이 힘들었습니다. 심지어 블루레이 버전조차 이런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없더군요. 그래도 잘만든 방영편도 많아서 질낮은 방영편은 그냥 참고 감상할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 TV 애니메이션이 제법 인기를 끌었고 이 인기를 바탕으로 만들게 되는 극장판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이 초유의 명작으로 완성되면서 대성공을 거두어 마크로스 시리즈의 전설이 시작되게 됩니다.
특히 이 작품은 당시 신인이었던 카와모리 쇼지가 디자인한 'VF-1 발키리'라는 걸작 전투기인 F-14를 모티브로 배트로이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메카닉을 등장시켜 화려한 공중전 액션물에 아이돌과 노래라는 소재를 결합시켜 그 전에 나왔던 어떤 메카물과도 차별되는 명작이 되었는데 이런 면이 가장 강조되는 것이 TV판의 사실상 최종화로 예정되었던 27화의 젠트라디 함대와의 최종 결전에서의 민메이 어택이더군요.
지금 보아도 노래를 통해서 컬쳐 쇼크로 최종 전투에서 외계인 함대에게 승리한다는 내용이 약간 황당할 수 있는데 찾아보니 당시 카와모리 쇼지가 메카 디자인은 물론 스토리와 세계관에도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었는데 최종 결전에서 어떻게 해도 기존의 SF물과 비슷한 결말만 생각이 나오던 중에 노래를 통해 전쟁을 끝낸 작품은 없다는 생각이 나서 민메이 어택으로 전쟁을 끝내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처음엔 다른 스탭들이 반대해서 카와모리 쇼지 본인이 직접 연출해서 납득시키겠다고 일주일간 3시간만 자면서 27화를 만들었고 이 27화는 마크로스를 상징하게 되죠. 그리고 27화의 이 민메이 어택은 그대로 극장판에서 초고퀼리티로 재현되어 전설이 됩니다.
어쨌든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는 40년 전 작품인데다 퀼리티가 너무 들쭉날쭉해서 보기 힘든 면이 있지만 극장판인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가 내용을 너무 축약시키고 각색한 것을 감안하면 마크로스의 세계관과 전체 스토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극장판을 보기 전에 한번 보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