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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습과 미국의 시나리오
리비우스 | 추천 (0) | 조회 (943)

2026-03-04 21:37:01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동 공습을 개시했죠. 이스라엘은 작전명 '포효하는 사자(Roaring Lion)', 미국은 '장대한 분노(Epic Fury)'라고 명명한 이 작전에서 이스라엘 공군 단독으로 약 200대의 전투기가 500여 개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습니다. 이스라엘 공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출격이었죠. 미국은 별도로 B-2 스텔스 폭격기, F-22, F-35,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을 추가 투입해 전체 작전 규모는 훨씬 컸습니다.

 

이 참수 작전으로 하메네이와 국방장관(나시르자데), 혁명수비대 사령관(팍푸르), 이란군 합참의장(바게리), 하메네이 안보 고문(샴카니) 등 이란의 핵심 지도부가 사망했습니다. 


이라크 전쟁과 비교할 때 눈에 띄는 점은 지상군의 부재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이라크를 통한 진격 루트는 이미 전장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내 PMF(인민동원군) 계열 민병대가 이미 미군 기지에 드론 공격을 가하고 있죠. 이란 본토 진입하기 전에 이라크 전역에서 게릴라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홍해를 통한 상륙은 말할 것도 없죠. 후티가 장악한 예멘 연안과 이란의 대함 미사일 사정권 안에서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습니다.


이란의 자그로스 산악 지형은 천혜의 방어 지대입니다. 2003년 이라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당시 이라크에는 프록시(대리전) 세력이 없었다는 점이죠. 이란은 레바논, 예멘, 이라크에 걸쳐 수십 년간 구축한 대리전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습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작전의 목표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란 국민들이 정부를 되찾을 기회"라고 선언했고, 레자 팔라비 전 황태자는 이슬람 공화국의 종말을 선언하며 귀환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정권 교체 전쟁이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고, 국무장관 루비오는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전쟁 목표가 수시로 바뀐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일관성이 없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하메네이를 제거하고 이란 내부의 반체제 세력과 시민들이 봉기해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시나리오가 작동하려면 이란 국민이 외부 폭격을 환영하며 봉기에 나서야 하고, 혁명수비대(IRGC)가 해체되거나 무력화되어야 합니다. 둘 다 현실성이 낮죠. 이란 국민 중 체제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국이 폭격당하는 것에 대한 민족적인 분노는 체제 반대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란인들에게는 1980년대 이라크-이란 전쟁의 집단 트라우마가 있고, 당시에도 외부 침략은 혁명정권을 약화시키기보다 오히려 강화시켰습니다.


권력의 진공 상태가 불러올 위험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중앙 통제력을 잃은 혁명수비대 하부 조직들이 군벌화되어 각자도생에 나설 경우 이란은 시리아나 리비아처럼 변할 위험이 있습니다. 외부에서 강제된 지도부 제거가 안정적인 친미 정권이 아닌 예측 불가능한 극단주의 파편들을 양산해온 것이 지난 20년 중동 전쟁의 교훈이었죠.

 

이란 약체화와 MEAD 완성이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목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란의 방공망, 핵시설, 미사일 인프라를 충분히 파괴해 이스라엘에 실질적 위협이 되지 못하는 수준으로 군사력을 후퇴시키고, MEAD(중동 통합 방공망)를 완성하는 시나리오죠.


MEAD는 이스라엘, 사우디, UAE, 바레인, 요르단의 레이더와 요격 시스템을 하나로 연동하는 구상입니다. 이 통합망이 완성되면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위협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 됩니다. 이번 공습에서 이란의 보복 미사일 상당수가 요격된 것은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죠.

 

두 시나리오 모두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 핵 프로그램은 시설이 아닌 지식입니다. 현재까지 IAEA는 핵시설 피격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고, 설령 나탄즈 등 주요 시설이 손상되더라도 이란은 이미 설계도와 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설 파괴로 지식을 없앨 수는 없죠. 
 

둘째, 프록시 네트워크는 이란 본토 밖에 존재합니다. 헤즈볼라, 후티, 이라크 PMF는 이미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죠. 이란 본토를 폭격해도 분산 배치된 이들 전력은 건재합니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경제적 부메랑 문제입니다. 미국은 에너지 자립을 통해 직접적인 피해가 작을 수 있지만, 한국과 일본, 유럽은 여전히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유가가 급등할 때 발생하는 경제적 충격은 고스란히 동맹국들이 부담합니다. 미국이 중동 안보를 외주화하려는 전략은 결국 동맹국들에게 더 큰 안보 비용과 리스크를 전가하게 되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회의감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넷째, 중국이 그 공백을 채울 가능성입니다. 2023년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한 중국이 미국의 공백을 메우려 한다는 점은 이미 현실입니다. 걸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체제에 얼마나 충실히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죠.

 

친미정권을 세우겠다는 시나리오는 설령 군사적으로 성공하더라도 이란 내부에서 민심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고, 이란을 약화시키고 MEAD를 완성할 시간을 벌겠다는 시나리오는 위협을 10년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합니다. 


진짜 해법은 이란 내부의 세대교체지만 외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트럼프 행정부는 4~5주의 단기전을 구상한다고 했지만, 장기화로 흐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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