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의 연기가 채 가시기 전, 두 사람이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트럼프는 이란 시민들에게 "당신들의 나라를 되찾으라"고 말했고, 네타냐후는 이란의 소수 민족들에게 "지금이 봉기의 때"라고 강조했죠. 메시지의 수신자가 전혀 달랐습니다.
네타냐후가 쿠르드, 아제리, 발루치 등 소수 민족의 봉기를 촉구한 것은 이란을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이란을 쪼개겠다는 의도에 가깝습니다. 친서방 이란이라 할지라도 이스라엘에게는 여전히 위협적이기 때문이죠.
이란은 인구 9천만 명을 넘는 인구 대국이고 세계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3위의 석유 매장량, 세계 6위의 구리 매장량 등 천연자원도 풍부합니다. 그리고 중앙아시아와 중동, 남아시아를 잇는 지정학적 허브입니다. 이란의 잠재력이 해방되는 순간, 그 정권이 누구의 편이든 이스라엘이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가 됩니다. 결국 이스라엘의 진짜 공포는 핵무장한 이란이 아니라, 제재가 해제되어 국력을 회복한 이란이라고 볼 수 있죠.
1979년 이슬람 혁명 직후 이란 정부는 출산을 장려했습니다. 그 결과 1980년대에 베이비붐이 폭발했고, 현재 그 세대는 35세에서 45세 사이의 핵심 생산 연령대에 진입해 있습니다. 제재가 경제를 압박하는 동안에도 이 인구는 꾸준히 교육을 받고 기술을 축적해 왔죠.
이란의 대학교육 진학률은 2022년 기준 약 61%로, 세계 평균인 55%를 웃돌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상위권에 속합니다. 이집트가 35% 안팎, 이라크가 2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하죠.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여성의 이공계 진출입니다. 이란 대학의 이공계(STEM) 졸업생 중 여성 비율은 유네스코 기준 약 25~35%로, 많은 서방 국가들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제재가 역설적으로 인적 자본을 내부에 축적시킨 셈이죠.
미국의 제제는 이란 내부의 자급 기술력도 키웠습니다. 드론 기술, 미사일 유도 시스템, 사이버 역량 등은 국제 공급망에서 차단된 상태에서 자체 개발한 결과물들입니다. 브랜다이스 대학의 나데르 하비비 연구에 따르면, 이란은 중동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대학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 역시 지정학적 제약으로 묶여 있을 뿐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제재가 풀리면 이란은 단기간에 에너지 수출국으로 복귀하고, 그 수익은 축적된 인적 자본과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겠죠.
이스라엘이 이란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것은 단순한 안보 불안 때문만은 아니라 시간이 이스라엘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죠.
겉으로 보기에 이스라엘의 출생률은 OECD 최고 수준인 약 2.9명으로, 인구 문제가 없는 나라처럼 보이지만 이 숫자에는 착시가 숨어 있습니다. 초정통파 유대인인 하레디의 출생률은 6~7명대인 반면, 세속적인 일반 유대인은 2.0명 내외에 불과합니다. 하레디는 현재 이스라엘 인구의 약 13%이지만, 2050년경에는 3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이스라엘 인구 1,017만 명 중 유대인 및 기타 비율은 76.3퍼센트입니다.
문제는 하레디 남성 대부분이 종교학교 학생 신분을 유지하며 군 복무를 면제받고, 노동시장 참여율도 일반 유대인 남성의 80%를 크게 밑도는 50% 이하라는 점입니다. 이스라엘 경제와 안보의 실질적 엔진인 납세자, 병사, 기술 인력 풀에서 하레디는 사실상 빠져 있죠. 출생률 통계에는 잡히지만 국력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인구인 셈입니다. 하레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수록 납세 인구와 병력 자원은 줄어들고 복지비용은 늘어난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딜레마입니다.
이런 착시를 걷어낸 실질 전투 및 생산 인구를 이란과 비교하면, 이스라엘의 상대적 우위는 생각보다 빠르게 좁혀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사법 개혁 갈등이나 병역 문제를 둘러싼 내부 균열까지 더해지면서, "지금 누르지 않으면 나중에는 기회가 없다"는 이스라엘 강경파의 폭주가 힘을 얻게 됩니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은 단순히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넘어, 이란이 가진 미래의 잠재력을 파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미국과 이스라엘의 목표 차이는 균열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이 이란과의 외교적 출구를 모색하거나 체제 교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순간, 이스라엘은 그 협상을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미국의 목표는 이란을 우군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이스라엘의 목표는 이란이 강대국이 되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균열이 표면화되면 이스라엘은 고립감을 느끼게 되고, 고립된 이스라엘은 역사적으로 가장 예측 불가능한 국가였습니다. "미국이 브레이크를 걸기 전에 상황을 끝내야 한다"는 논리가 작동하며 단독 행동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2015년 핵합의(JCPOA) 당시 이스라엘이 강하게 반발했던 것도 이란을 국제사회로 통합하려는 시도가 그들에게는 위협의 뚜껑을 여는 행위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동안은 그나마 상황이 예측 가능하지만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기 시작할 때, 중동의 불확실성은 지금과는 다른 차원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