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최근 "이란 전쟁은 마무리 수준"이라고 말하며 거의 승리를 굳힌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헤그세스 미 국방부장관은 "이란 전쟁은 이제 시작일뿐"이라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죠. 공습과 정권 교체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1991년 걸프전 당시에 미국은 43일간 압도적인 공습을 퍼부었죠. 이라크군은 궤멸 수준의 피해를 입었지만, 공습만으로는 사담 후세인을 권좌에서 끌어내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지상군이 투입되어 쿠웨이트를 해방했지만, 미군은 바그다드로 진격은 멈췄습니다. 당시 유엔 결의안의 수권 범위가 쿠웨이트 해방에 한정되어 있었고 아랍 연합군의 반대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당시 국방장관 체니와 합참의장 파월은 바그다드를 점령한 이후를 감당할 출구전략이 없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죠. 12년 후에 같은 인물이 부통령으로서 이라크 전쟁을 밀어붙인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지만, 이라크 전쟁의 결과는 당시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했습니다.
2011년 리비아 역시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공습과 반군 지원이 결합되어 카다피 정권이 무너졌지만, 이후 10년이 넘도록 리비아는 내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정권을 무너뜨리는 능력과 그 이후를 관리하는 능력은 전혀 다릅니다. 미국은 전자에 강했지만 후자에는 반복적으로 실패해 왔습니다.
결론은 단순합니다. 공습은 국가를 약화시킬 수 있지만 정권을 교체하지는 못합니다. 정권 교체에는 지상군이 필요하고, 지상군 투입에는 출구전략이 필요하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을 소모한 미국에게 지금 이란을 상대로 한 지상전 출구전략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국 내의 낮은 전쟁 지지 여론과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핵심지지층의 이탈과 미국 및 국제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면 미국의 지상군 투입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지상군을 투입한다고 가정할 때 미국은 어디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군은 쿠웨이트에서 북진해 3주 만에 바그다드를 함락했습니다. 그 루트는 이란 침공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처럼 보입니다. 이라크를 발판 삼아 이란 서부 국경을 넘는 시나리오죠. 하지만 2003년의 이라크와 지금의 이라크는 전혀 다른 나라입니다.
이라크 전쟁이 낳은 가장 큰 지정학적 역설은, 미국이 이란의 숙적이었던 사담 후세인을 제거함으로써 이란에게 이라크를 선물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이라크 정부는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 연립이 주도하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민병대는 국가 안보 기구에 편입되어 사실상 국가 안의 국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라크는 이제 미국의 발판이 아니라 이란의 방파제입니다.
동쪽은 어떨까요? 이란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이 통치하고 있어 미군 기지가 없습니다. 파키스탄은 핵보유국이자 중국과의 유대가 깊어 자국 영토를 제공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결국 서쪽과 동쪽이 막힌 상황에서 남은 선택지는 하나입니다. 바로 페르시아만을 통한 남쪽 상륙입니다.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 주는 아랍계 주민들이 아흐와즈라 부르는 지역입니다. 이곳의 전략적 가치는 압도적입니다. 이란 전체 석유 생산의 약 80%가 집중되어 있고, 페르시아만과 맞닿아 있어 해상 접근이 가능합니다. 지형 또한 상대적으로 평탄하고 미 제5함대와도 가깝습니다.

이 시나리오의 목표는 테헤란 진격이 아닙니다. 후제스탄에 아랍계 중심의 친미 독립국을 수립하는 것만으로도 이란 경제는 붕괴 수준의 타격을 입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능력도 무력화되고 자그로스 산맥은 독립국의 천연 방어선이 됩니다. 전략적 논리로만 보면 매우 정교한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이란은 수십 년 전부터 이 지역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왔습니다. 페르시아계 이주를 장려해 인구 구성을 희석했고, 석유 추출은 이곳에서 하되 정제와 부가가치는 테헤란에 집중시켜 경제적 종속 구조를 만들었죠. 군사적으로도 혁명수비대 주둔 밀도가 가장 높고 분리주의 세력은 철저히 억제되어 있습니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기 어려운 이유는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이란의 대리전(프록시) 세력 네트워크가 즉각 가동됩니다. 이라크 민병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이 중동 전역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을 동시에 타격할 것이고 미국은 이란 본토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중동 전역에서 게릴라전을 치뤄야 합니다.
둘째, 미군의 영구 주둔 문제입니다. 독립국이 자력 방어 능력을 갖출 때까지 미군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면, 이라크 시즌2가 시작되는 거죠.
셋째, 국제적 승인 문제입니다. 영토 보전 원칙을 위반하는 분리독립을 지지할 국가는 거의 없고, 특히 자국 내 소수민족 갈등을 겪는 걸프 국가들이 이를 강력히 반대할 겁니다. 미국이 작전을 수행하려면 이들 국가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바로 그들이 반대하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를 허용하지 않겠죠.
지상전의 모든 루트가 막혀 있다면 목표 자체를 수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권 교체가 아닌 핵물질 확보라는 제한적 목표입니다. 트럼프가 공수부대 투입을 거론할 때 이 맥락이 깔려 있죠. 고농축우라늄을 탈취한 후 이란의 핵능력을 저지한 승리의 트로피로 포장해 귀환하는 시나리오죠.
하지만 현실 작전은 냉혹합니다. 이란의 핵시설은 지리적으로 분산되어 있고 지하 깊숙이 위치해 있습니다. 공수부대가 투입되어 이를 제압하고 핵물질을 확보한 뒤 반격을 뚫고 철수하는 것은 극도로 까다로운 작전입니다. 1980년 인질 구출 작전의 실패 사례는 이란 땅에서의 특수작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상기시켜 줍니다.
더 큰 문제는 작전 이후입니다. 미군이 철수하면 이란은 반드시 핵 개발을 재개할 것이며, 핵무기를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침공을 당했다고 판단해 핵 보유 의지를 더욱 강화할 게 분명합니다. 또한 주변국들이 미국의 안보 보장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어 중동 전체에 핵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위험도 커집니다. 미국을 믿지 못하게 된 사우디나 UAE 등 걸프 국가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도 있죠.
공습은 정권을 바꾸지 못하고, 지상전의 경로는 정치적/지정학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아흐와즈 시나리오는 전략적으로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높고, 제한적 특수작전은 미군의 인명 피해가 늘어나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합니다.
이처럼 군사적 옵션의 경로가 막혀 있거나 추가적인 인명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란 또한 공습 속에서도 대화의 창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죠. 이스라엘이 협상을 수용할 지는 불확실하지만요.